AI가 바꾼 일상과 글쓰기, 드라마 리뷰를 안하게 된 이유
2018년 어느 날, 한 편의 드라마가 끝날 때마다 늘 여운이 남곤 했다. 그 순간을 기억하고 같은 감정을 느낀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어 시작한 블로그가 어느덧 8년 차에 접어들었다.
사실, 더 오래되었을지도 모른다. 블로그가 없던 90년대부터 싸이월드까지, 항상 리뷰를 쓰고 글로 남기던 습관이 이어져 왔으니 말이다.
그러다 문득, 언제부터인가 자연스레 리뷰를 쓰지 않게 됐다. 드라마를 잘 보지 않게 된 것도 있지만, 세상이 변해서일지도 모른다. 가장 큰 이유는 아마도 AI 다. 짧은 한마디의 "프롬프트"만으로 블로그 리뷰는 물론이고, 영상과 음악 제작까지 AI가 대신 처리해주는 시대가 됐다. 나 역시 여러 가지 일을 AI로 해결하고 있다. 돌이켜보면, 게을러진 탓일지도 모르겠다.
처음엔 단순히 메일을 작성하고 보내는 용도로 AI를 사용했다. 하지만 지금은 사진 편집, 문서 작성, 프로젝트의 방향성 설정 등 모든 자료를 찾고, 쓰고, 수정하는 데 AI의 도움을 받는다. 세상이 이렇게 편리할 수 있다니! 한번 AI를 쓰기 시작하면 어떤 문제든 AI에게 의존하게 된다.
오랜 시간 글을 쓰다 보니 자연스레 자신만의 어법이 만들어졌다. 누군가는 경어체가 편할 수도 있지만, 나는 평서체가 더 익숙하다. 요즘은 AI가 어법까지 수정해주고, 상황에 따라 어떤 표현이 더 적합한지 조언도 해준다. 심지어 프롬프트에 따라 감정까지 담아 글을 써주고, 그 감정선을 살려 수정하기도 한다.
결국 AI는 우리의 일상과 글쓰기 방식까지 완전히 바꿔놓았다. 하지만 한편으론 편리함과 효율성을 추구하며 잃어버린 것들도 떠오른다. 예전에는 한 줄 한 줄 고민하며 쓰던 과정 자체가 즐거움이었다. 문장 하나를 완성하기 위해 들인 노력과 감정의 흔적이 글에 묻어나곤 했다. 이제 AI가 많은 부분을 대신하다 보니, 성취감이나 창작의 기쁨이 조금은 희미해진 것 같다.
그렇다고 AI를 부정하고 싶지는 않다. 오히려 AI 덕분에 글을 쓰는 부담이 줄어들었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쓸 수 있게 되었다. 다만, 가끔은 예전처럼 펜을 들고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며 글을 쓰고 싶기도 하다. AI가 도와줄 수 없는 건 내 마음속 깊이 자리한 감정을 꺼내는 그 행위 자체일 테니까.
이 모든 변화 속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아마도 균형일 것이다. AI의 도움을 받되,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창작의 본질을 잃지 않는 것. 앞으로도 AI와 함께 새로운 가능성을 탐구하면서, 내 글에 나만의 색깔과 이야기를 담아낼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