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발표회에서 느낀 첫인상
JTBC 새 금요 시리즈 '착한사나이' 제작발표회를 지켜보며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송혜성 감독의 "평양 냉면 같은 드라마"라는 표현이었다. 처음엔 슴슴하지만 자꾸 생각나게 하는 그런 작품을 만들고 싶다는 의도가 고스란히 전해졌다. 요즘 화려하고 빠른 전개의 드라마들 사이에서 이런 여유로운 접근이 오히려 신선하게 느껴진다.
건달이라는 올드한 소재를 현실적으로 풀어낸 접근법
미화하지 않는 찌질한 건달의 매력
가장 궁금했던 부분은 '건달'이라는 다소 올드한 소재를 어떻게 현대적으로 표현할 것인가였다. 이동욱은 "요즘 스타일로 보이려고 크게 노력하지 않았다"며 "못나가는 건달의 찌질스러운 모습이 오히려 현실적으로 보일 것"이라고 답했다. 감독과 작가, 배우 모두 '미화는 절대 안 된다'는 원칙을 세웠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박훈 역시 "직업적인 외형보다 각자 입장에서 열심히 사는 사람들의 관계성"에 초점을 맞췄다고 했다. 관계성이 파괴되는 시대에 열심히 살아가는 군상들의 모습이 향수를 불러일으킬 것이라는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동욱의 캐스팅 이유와 연기 철학
귀공자 같은 외모의 이동욱을 건달로 캐스팅한 이유에 대해 송혜성 감독은 "이동욱이 하기 때문에 훨씬 더 감정 이입이 잘 되고 용서도 된다"고 설명했다. 이동욱 본인도 4-5년간 장르물과 판타지에 지쳐있던 상태에서 "발이 땅에 붙어있는 현실적인 연기"를 하고 싶었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이성경의 가수 지망생 역할과 음악적 완성도
미영이로 보이기 위한 노력
이성경은 가수 지망생 미영 역할에 대해 "미영이로 보이지 않고 이성경으로 보일까 봐 염려가 많았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음원 하나하나, 피아노 곡들을 공들여 연습하고 만들어서 "가수가 된 것처럼 공을 많이 들였다"고 했다. 감독에게 노래 장면을 줄여달라고 부탁했지만, 결국 좋은 곡들을 극중에서 부를 수 있게 되어 열심히 준비했다는 뒷이야기도 흥미로웠다.
2년 만의 드라마 복귀 소감
김사부 이후 2년 만의 드라마 복귀에 대해 이성경은 "2년이 흐른 줄 몰랐다"며 "공연하니까 1년이 훅 지나갔다"고 했다. 오랫동안 고심해서 작품을 고르기보다는 "좋은 분들과 함께 좋은 작품들을 쉼 없이 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선택했다고 밝혔다.
가족 캐릭터들의 개성과 MBTI 이야기
트러블메이커 석경이와 정상인 석희
오나라가 맡은 석경이는 "가족 안에서 가장 문제를 많이 일으키는 트러블메이커"이면서 동시에 "가장 외로운 존재"라고 소개했다. MBTI도 다른 가족들과 달라서 "다들 I인데 저만 E"라며 웃음을 자아냈다. 충동적이고 튀는 성격이지만 내면에는 모성애와 그리움을 간직한 "단짠" 캐릭터라고 했다.
반면 류혜영의 석희는 "3남매 중 막내이지만 가장 야무지고 정상적인 인물"로, 가족 중 가장 사회화가 잘 된 캐릭터다. 언니 오나라가 F라면 자신은 T라며 MBTI로 캐릭터를 설명하는 모습이 재미있었다.
멜로 라인과 배우들의 케미
자연스러운 첫사랑 연기
이성경은 멜로 연기에 대해 "첫사랑 역할을 맡았다는 생각보다 순수하게 사랑하고 설레하고 기뻐하는 모습에 몰입했다"고 했다. 이동욱과의 호흡에 대해서는 "쳐다만 봐도 설레는 첫사랑 오빠 비주얼"이라며 자연스럽게 몰입할 수 있었다고 솔직하게 표현했다.
이동욱 역시 이성경의 "활발하고 밝은 에너지가 고단한 캐릭터 연기에 큰 도움이 됐다"며 서로에 대한 고마움을 표현했다. 대본 상의를 할 때도 "치열하게 의견을 내도 모두 받아들여지는 유연함"이 있어서 좋은 작업이 됐다고 했다.
박훈의 위태로운 삼각관계
박훈은 자신에게 "건달 외모가 아니라는 얘기가 없다"며 농담을 던졌지만, 이성경의 노래 장면을 현장에서 지켜본 경험을 생생하게 들려줬다. 밤샘 촬영 후 모두 졸려하던 상황에서 이성경이 노래를 시작하자 "눈이 번쩍 뜨이는 경험"을 했다며 그 캐릭터 자체가 "판타스틱했다"고 표현했다.
작품의 지향점과 시청 포인트
촌스러움을 매력으로 승화
류혜영은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때 제목부터 촌스러웠지만, 그 촌스러움을 끝까지 밀고 나가는 점이 매력적"이라고 했다. 개인의 개성을 존중하는 시대에 "포지티브 촌스러움"이 매력으로 다가갈 것이라는 기대를 드러냈다.
오나라는 이 작품을 하기 위해 "화장대 거울에 '착한 사나이'를 써서 붙이고 기도했을 정도로 간절했다"며 작품에 대한 애정을 보여줬다. "옛날스럽지만 요즘 사람이 연기하는 옛날스러움이 신선하게 받아들여질 것"이라고 확신했다.
가족 이야기로 공감대 형성
이동욱은 "가족 이야기가 있어서 많은 분들이 공감할 것"이라며 "모든 대한민국 가족이 순탄하지 않듯이 드라마 속 가족도 순탄하지 않다"고 했다. 박석철이 "집안의 많은 것을 짊어지고 살아가는 모습이 우리 모습과 닮아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방송 정보 및 기대감
JTBC 금요 시리즈의 새로운 시작
'착한 사나이'는 7월 18일 금요일 저녁 8시 50분부터 JTBC에서 매주 2회 연속 방송된다. 이성경은 "두 회씩 공개되는 구성이 답답하지 않게 재미와 여운을 동시에 느낄 수 있어 좋다"고 평가했다.
송혜성 감독은 "빠르거나 볼거리가 많지는 않지만, 등장인물들의 캐릭터를 잘 따라가고 응원한다면 만족감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시청률보다는 "시청자들이 캐릭터에 감정 이입하며 즐겁게 볼 수 있기를 바란다"는 소망을 밝혔다.
제작발표회를 지켜보며 느낀 건 이 작품이 정말 '평양 냉면' 같은 드라마가 될 것 같다는 점이다. 화려하지 않지만 자꾸 생각나고, 옛날스럽지만 따뜻한 그런 작품 말이다. 주말을 시작하는 금요일 밤, 맥주 한 잔과 함께 여유롭게 즐기기에 딱 좋을 것 같다.
착한 사나이 티저 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