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시. 1995년 대전에서 태어난 이 배우의 이름을 처음 접했을 때, 나는 그저 요즘 자주 보이는 신예 배우쯤으로만 생각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우리는 고민시를 ‘연기파’라는 말로만 묶기엔 아까운 존재로 인식하게 됐다. 그녀의 작품을 하나씩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빠져들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한다. 고민시는 그만큼, 우리 모두의 일상과 감정에 스며드는 배우다.
성장과 도전의 시간들
고민시는 초등학생 때 연말 시상식을 보며 “나도 저 자리에 서겠다”는 꿈을 품었다고 한다. 하지만 배우가 되는 길은 결코 쉽지 않았다. 고등학교 졸업 후 웨딩플래너로 사회생활을 시작했지만, 마음 한 구석의 갈망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서울로 상경했다. 연극영화과 입학에 실패하고, 오디션에 수없이 떨어지면서도 그녀는 포기하지 않았다. 직접 단편영화를 연출하고, 프로필을 돌리며 기회를 만들었다. “연기 전공이 아니라고 하면 못미더워하는 느낌이었어요. 그래서 더 의지를 불태웠죠.” 이 한마디에, 나는 꿈을 향해 달려가는 사람의 단단함을 본다.
고민시의 얼굴들, 그리고 우리가 느낀 감각
고민시의 연기는 ‘진짜’다. <마녀>의 도명희로 밝고 유쾌한 친구가 되었다가, <스위트홈>의 이은유로 냉소적인 반항아를 연기한다. <오월의 청춘>에서는 시대의 아픔을 품은 간호사 김명희가 되고, <밀수>의 고옥분에선 1970년대 다방 주인의 당당함과 유쾌함을 보여준다.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의 유성아에선 소름끼치는 소시오패스의 광기를, <서진이네2>에선 때묻지 않은 리액션과 순수함으로 예능까지 접수했다. 그녀가 맡은 캐릭터들은 모두 다르지만, 고민시만의 숨결이 깃들어 있다.
특히 최근 방영 중인 <당신의 맛>의 모연주 역할은, 내가 생각하기에 가장 고민시다운 캐릭터가 아닐까 싶다. 겉으로는 고집스럽고 무뚝뚝하지만, 음식에는 누구보다 섬세한 손길을 담아내는 셰프. 구수한 사투리와 요리에 대한 진심, 그리고 사람을 진심으로 대하는 따뜻함이 고민시 특유의 현실감과 맞닿아 있다. 나는 이 드라마에서 고민시가 보여주는 모연주가, 지금까지의 필모그래피 중에서도 가장 자연스럽고 깊은 고민시의 얼굴이라고 느낀다. 실제로도 <서진이네2>에서의 경험이 큰 도움이 되었다고 밝히며, 칼질과 주방일, 사투리까지 집요하게 연습했다고 하니, 그 노력의 결이 더욱 특별하게 다가온다.
우리가 사랑하는 고민시
고민시는 ‘연기파’라는 수식어를 넘어, 세대를 아우르는 배우가 되어가고 있다. <밀수>에서의 번진 화장과 오열,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의 소름 돋는 빌런 연기, <오월의 청춘>의 절절한 사랑, 그리고 <당신의 맛>에서의 따뜻함과 현실감. 그 모든 순간에 나는, 그리고 우리는 고민시에 빠진다.
동료 배우와 감독들 역시 고민시의 연기에 대해 “본능적으로 영리하다”, “카메라 앞을 떠나지 않는다”, “현장에서 에너지가 넘친다”고 입을 모은다. 그녀의 연기는 차분하면서도 강렬하고, 자연스러우면서도 깊다. 작은 몸짓, 눈빛, 말투 하나까지 인물의 서사와 감정을 고스란히 담아낸다.
고민시의 오늘과 내일
고민시는 이미 수많은 상을 받았고, 업계가 주목하는 블루칩이 되었다. <밀수>로 청룡영화상 신인여우상, 부일영화상 여우조연상 등 주요 시상식을 휩쓸었고,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로는 “고민시의 시대가 열렸다”는 평을 받았다. 2025년에도 <당신의 맛>의 모연주, <꿀알바>의 연주 등 새로운 얼굴을 보여줄 예정이다.
특히 <당신의 맛>에서 고민시는 오너 셰프라는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재밌고 편하게 찍고 싶어서 선택했지만, 지금까지 작품 중 해야 할 게 가장 많았다”는 그녀의 고백처럼, 요리 연습은 물론, 사투리까지 집요하게 준비했다. 그 결과, 작품은 국내외에서 좋은 반응을 얻으며, 고민시의 연기 인생에 또 하나의 전환점이 되고 있다.
우리가 고민시에 빠질 수밖에 없는 이유
고민시의 연기는 ‘진짜’다. 그녀는 대사를 힘주어 외치지 않는다. 오히려 툭툭 던지는 말 한마디, 눈빛 하나에 인물의 감정과 서사가 녹아 있다. 고민시가 등장하는 순간, 평범한 장면도 특별해진다. 그리고 그녀의 연기가 늘 새롭고, 예측할 수 없어서 좋다. 나는 고민시가 앞으로 어떤 새로운 얼굴을 보여줄지 기대하게 된다. 우리 모두가 그렇지 않을까?
고민시. 그녀는 단순히 연기를 잘하는 배우가 아니다. 우리가 함께 숨 쉬고, 함께 아파하고, 함께 웃을 수 있는, 시대의 얼굴이다. 그래서 나는, 우리는 고민시에 빠질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