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탄금 OST 권진아 요암재, 사극을 감싸는 목소리의 깊은 여운

넷플릭스 탄금, 그리고 권진아의 요암재
새벽의 공기처럼 서늘하고, 봄바람처럼 부드운 목소리가 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탄금'의 OST, '요암재'를 처음 들었을 때, 나는 그 목소리에 오래도록 머물러 있었다. 권진아. 그녀의 이름은 이미 여러 드라마와 영화의 OST에서 익숙했지만, 이번만큼은 달랐다. 사극의 고요한 밤, 얼어붙은 안뜰을 스치는 봄바람처럼, 권진아의 목소리는 시대를 넘어 마음을 흔들었다.
권진아, 그 이름만으로도 감성의 보증
1997년생, 2013년 SBS 'K팝스타 시즌3'에서 깊은 인상을 남기며 대중 앞에 선 권진아는, 데뷔 이후 꾸준히 자신만의 색으로 음악을 쌓아왔다. 그녀의 목소리는 맑으면서도 단단하고, 슬픔과 희망이 동시에 스며 있다. 그 때문일까. '요암제'의 첫 소절이 흘러나올 때, 나는 이미 오래된 한 편의 시를 읽는 듯한 착각에 빠졌다.
요암제, 가사에 담긴 슬픔과 기다림
"아직도 날 안고 있나요
아니 아직도 날 알고 있나요
용서 받지 못할 마음으로
매일을 바라고 있는 걸"
이 첫 구절에서부터, 권진아는 단순한 노래가 아닌, 한 인물의 깊은 내면을 노래한다. 그녀의 목소리는 사극의 정서와 어우러져, 시간의 벽을 허물고 우리 곁에 와 닿는다.
"서글픈 재회라도 좋다면
한밤을 달려갈 텐데"
이 대목에서, 사랑과 그리움, 용서와 기다림이 한데 얽혀, 듣는 이의 마음을 조용히 흔든다.
사극에 어울리는 권진아의 목소리
사극 OST는 단순한 배경음이 아니라, 그 시대의 공기와 인물의 감정을 담아내야 한다. 권진아의 목소리는 이 역할에 완벽히 들어맞는다. 맑고 투명한 음색, 그리고 담담한 듯 깊게 파고드는 감정. 그녀의 목소리는 '탄금'의 고즈넉한 분위기와 절묘하게 어우러진다.
이 곡을 듣고 있으면, 마치 오래된 돌담길을 따라 걷는 듯한 착각이 든다. 계절이 바뀌는 소리, 서늘한 아침 햇살, 그리고 끝내 닿지 못하는 그리움까지. 권진아는 목소리만으로도 모든 풍경을 그려낸다.

권진아의 OST, 그리고 요암재 다시 본 그녀
권진아는 이미 수많은 OST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냈다.
- '이 밤' (호텔 델루나 OST)
- '끝' (슬기로운 의사생활 OST)
- 'Starlight' (사이코지만 괜찮아 OST)
- '운명이 내게 말해요' (구미호뎐 1938 OST)
- '그대만 보여요' (사랑의 불시착 OST)이 곡 하나만으로도, 우리는 권진아를 다시 보게 된다. 단순히 감미로운 목소리의 소유자가 아니라, 시대와 장르를 초월해 이야기를 전하는, 진정한 이야기꾼으로서의 권진아.
- 이렇게 다양한 작품에서, 권진아는 매번 새로운 감정의 결을 보여줬다. 하지만 '요암제'는 그 모든 곡과는 또 다른 결이다. 한 편의 사극, 한 인물의 운명, 그리고 그 안에 숨은 슬픔과 희망을 한 곡에 담아냈다.
권진아 인스타그램
여운이 남는 목소리, 그리고 우리의 이야기
'봄바람이 불어 오나요, 차디찬 이 안뜰 너머로...'
이 노래가 끝나고도, 나는 한동안 멍하니 창밖을 바라봤다. 권진아의 목소리는 단순한 음악을 넘어, 내 안의 오래된 그리움을 건드렸다.
사극의 한 장면처럼, 우리의 삶에도 끝내 닿지 못하는 기다림과, 언젠가 다시 만날 수 있으리란 희망이 있다.
권진아의 '요암제'는 그 모든 감정을 조용히, 그러나 깊이 있게 전한다.
이 곡을 듣는 동안, 우리는 각자의 안뜰에서, 저마다의 봄바람을 기다린다.
그리고 그 기다림이, 언젠가 노래처럼 우리를 안아주길 바란다.